등록 : 2016.09.22 22:19
수정 : 2016.09.23 14:35
최순실·두 재단 사실규명커녕
“비상시국에 사회 흔들어”
잇단 의혹에 실체 덮기 시도
야 “규명늦을 수록 불신 수렁 빠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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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안종범 정책조정수석(가운데), 우병우 민정수석(왼쪽)과 함께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안 수석은 미르·케이(K)스포포츠 재단 모금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고, 우 수석은 횡령·직권남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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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2일 “이런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 설립·운영 과정에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최씨 연루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뒤 사흘째에 나온 박 대통령의 첫 입장 표명이지만, 제기된 의혹을 모조리 허위사실로 규정할 뿐 제대로 된 해명조차 한마디 없었다. 되레 ‘안보·경제위기론’을 앞세워 의혹 제기에 대한 입막음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우리 국민들이 단호한 자세로 하나가 되어야만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지켜낼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 ‘최순실’ 등을 직접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비방과 폭로성 발언”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미르재단 등에 관한 논란을 겨냥했다. 북핵·지진·구조조정 등이 닥친 현재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한 뒤, 대통령을 겨냥한 야당의 의혹 제기와 비판을 모두 ‘국론분열 요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의혹의 당사자가 박 대통령의 측근들인 만큼 사실확인이 어렵지 않은데도 청와대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했는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스스로 분쟁하는 집은 무너진다’고 하면서 국민적 단합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며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지난 20일 경북 경주 지진 피해 현장 방문 당시 ‘피해복구용 흙’을 피해서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이 논란이 된 것도 함께 거론했다. 박 대통령은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논란을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비통한 마음이었는데, 대통령인 저는 진심으로 국민들을 걱정하고 국민들을 위해 일하며 남은 임기를 마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일부 언론이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아 묻지 않도록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다’는 사진설명을 낸 것을 심각한 비방으로 인식하며 직접 반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국민들의 단결과 정치권의 합심을 가로막는 것은 비방과 폭로가 아니라 권력형 비리와 비리 감추기”라고 비판했다. 금 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발언한) 회의에 함께 참석했을 우병우 수석, 안종범 수석이 이같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비정상적 상태를 정상으로 보고 ‘폭로와 비방’을 운운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참으로 위험하고 우려스럽다. 철저한 사실규명이 더 늦어질수록 불신의 수렁에 깊이 빠지는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박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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