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1.29 05:33
수정 : 2016.11.29 08:50
한수원, 경주지진 때 가동 중단하며
내진능력 ‘규모7’로 높이겠다더니
새 잣대 적용해 “규모7 견뎌” 말바꾸기
“현재 규제기관서 검토받는중” 해명
경주 지진으로 가동을 멈춘 월성원전 1~4호기에 대해 정부가 압력관 등의 내진 성능을 높인다고 해놓고 실질적인 보강작업 없이 재가동 신청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공사 등은 지난 9월12일 경주지진이 발생하자 ‘지진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어 “이미 진행중인 원자로 냉각재 압력관 등 주요 안전계통에 대한 내진보강 작업을 가속화하겠다. 기존 원전의 내진 성능(규모 6.5)을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도록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수원이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박재호 의원(더민주)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한수원은 “월성 1호기 압력관의 경우 0.3g(지) 이상, 2~4호기는 0.6g의 내진 성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돼 내진 보강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수원은 내진 보강이 불필요하다는 근거로 월성원전 압력관을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기법’으로 지진 취약도 평가를 해보니 내진 여유도가 0.3~0.6g로 분석됐다는 점을 들었다. 0.3g를 지진의 리히터 규모로 환산하면 7.0, 0.6g는 7.5에 해당한다. 새로운 평가방법으로 ‘규모 7.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는 ‘해석’을 내린 뒤 애초 약속한 보강작업 없이 재가동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전 전문가들은 월성원전의 내진 여유도가 1%밖에 안 되는 것으로 보고돼 있어 한수원의 이런 해석이 ‘탁상 평가’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성원전과 똑같은 중수로 원자로인 캐나다 캔두형 원자로의 ‘압력관 응력 분석 보고서’(캔두6 디자인 리포트)를 보면, 원전 가동 초기에 원전에 공급되는 모든 전원이 끊기고 2개의 원자로 정지 계통 중 하나가 고장난 상태에서 지진으로 0.2g의 충격이 가해졌을 때 압력관이 받는 임계응력(견딜 수 있는 힘)은 4만4458psi(압력단위)로, 실제 받는 응력 4만3999psi보다 겨우 459psi의 여유밖에 없는 것으로 나와 있다. 여유도가 1%도 채 안 되는 셈이다. 월성 1호기처럼 30년이 넘었을 경우에는 압력관의 연성이 커져 상대적으로 임계압력이 높아지지만 여전히 여유도는 7%밖에 안 된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처장은 “월성원전 인근은 한반도에서 활성단층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으로 최대 지진 발생 확률이 가장 높고 역사지진 기록으로도 규모 7.0 이상이 발생한 곳이다. 이런 지진 위험이 높은 부지의 원자로 압력관 내진 여유도가 1% 미만인데도 실질적인 보강도 없이 평가방법을 바꿔 내진 성능이 높은 것처럼 해석하는 꼼수를 썼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월성원전에 대한 내진 보강 작업을 마쳐 현재 규제기관에서 검토를 받고 있다. 압력관은 애초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 기법으로 내진 보강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해 구체적인 보강작업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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