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10.25 21:17 수정 : 2016.10.26 15:13

일본 반핵평화활동가 히로세 다카시

히로세 다카시 일본 반핵평화운동가가 25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경주지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본에서 현재 원전 36기가 가동 중인데 후쿠시마현에만 자그마치 10기가 있어요. 여기서 해일이 일어나 해수가 빠져나가면 멜트다운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일본 사람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말기적인 사태로 몰아넣는 엄청난 재앙이 될 겁니다. 후쿠이현에서도 30㎞ 이내에 원자로 12기가 한 묶음으로 나란히 있어요. 일본만의 특징이죠.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일본입니다.”

26일 국회에서 정의당 초청으로 ‘탈핵 강연회’를 여는 일본 반핵평화활동가이자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73·사진)가 27년 전인 1989년에 쓴 <원전을 멈춰라>(원제 ‘위험한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의 ‘예언’대로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누출 사고가 터졌다. 이 글에 나오는 숫자와 지역만 바꿔 넣으면 바로 지금 한국의 현실이 된다.

“내륙 직하지진에 원전 더 위험
일본도 내진기준 2.34g 강화해
한국 새기준 0.3g은 너무 취약”

“일본 가동원전 2기 연내 멈추면
세계 원자력 경제고리 끊어질 것
사용후핵연료 국회의사당 더 안전”

히로세는 25일 인터뷰에서 “지진이 잦은 곳에서는 언젠가 큰 지진이 나는 게 자연의 이치다. 한국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은 너무 낮게 설정돼 있다. 한국에 위험을 알리려 왔다”고 말했다.

히로세는 공대를 나와 전자회사에서 일하던 반도체 기술자였다. 수질오염 등 공해 문제에 관심이 있어 회사를 그만두고 의학 쪽 번역전문가로 변신한 뒤 방사능 문제를 알게 됐다. 그때 일본은 원전 추진 전성시대였다. 외국의 논문을 토대로 방사능 위험성을 알리는 소논문을 들고 출판사를 찾았던 그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소리만 들었다. 이듬해 미국 스리마일 원전 사고가 터졌다.

그의 경고에는 탄탄한 논리가 있어 설득력이 있다. 저서 <도쿄에 핵발전소를> <체르노빌의 아이들>(논픽션 소설) <존 웨인을 누가 죽였는가> 등이 일본 사회에서 ‘히로세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의 반향을 받는 이유다.

히로세는 “나 역시 경주 지진으로 놀랐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강화했다는 한국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0.3g)이 턱없이 낮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경주 지진은 내륙형 직하지진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규모 9.0으로 강했지만 130㎞ 떨어진 태평양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일본은 95년 고베 지진과 후쿠시마 지진을 계기로 원전 내진 기준을 최대 2.34g로 높였다. 최근 재가동에 들어간 센다이 원전은 내진 성능을 0.63g로 강화했지만, 올 4월 구마모토 지진의 진원에서 기록된 최대지반가속도 1.43g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구마모토 지진은 내륙형 직하지진이었다. 최대지반가속도가 1g를 넘으면 지상의 물체는 허공에 떠버린다. 원전이 직하지진에 직격탄을 맞으면 내진설계와 상관없이 붕괴된다.

그는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열도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 지각을 비틀어놓았다. 평형 상태로 돌아가는 데 5년 반이 걸린다. 구마모토 지진이나 경주 지진도 이런 흐름 속에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내진설계 기준을 정할 때 암반과 연약층을 고려해 계산하는 ‘하기토리파 해석’을 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또 단층이 있느냐 없느냐로 논쟁하는 건 위험하다고 했다. “고베 지진이 발생한 곳은 진원 근처 말고는 단층이 거의 발견되지 않은 지역이었어요. 대형 지진의 절반 정도는 활단층이 없다고 했던 데서 발생했거든요.”

경주지진으로 응력이 해소돼 큰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적어졌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히로세는 “미래의 지진에 대해 어느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경주 지진은 하늘이 주는 경고라고 생각해야 한다. 지진이 더욱 두려운 건 원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아무리 경고해도 일본 사람들이 듣지를 않았다. 이대로 가면 한국도 늦어버릴 것이다. 한 가지 희망은 일본에서 올해 안에 가동 중인 2기가 모두 멈춰 원전 제로가 되는 것이다. 세계의 원자력경제 고리 하나가 깨지는 것이다. 파급 효과는 한국에도 올 것”이라고 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에 대한 그의 생각도 단호하다. “몬주(고속증식로 시험로)의 실패를 비롯해 세계에서 시도해온 여러 방안들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사용후핵연료는 금속용기에 넣어 사람 눈에 띄는 곳에 두고 냉각해가는 게 최선입니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도 국회의사당 옆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겁니다.”

한반도가 일본의 동쪽에 있어 원전 사고 때 편서풍으로 방사능 확산의 직접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인들의 불안감이 높지 않겠느냐고 물어봤다. 히로세는 “일본 사람들이 나만큼 한국 원전 문제를 경계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경주 지진이나 한국의 원전 관리 상황을 알면 크게 놀랄 것”이라고 답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