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13 18:35
수정 : 2016.09.20 13:32
“동일본대지진이 단층 움직여
울산·경주 지각 약하게 만들어”
영덕~낙동강 하구 ‘양산단층’ 깨워
더 큰 지진 일어날 가능성엔
과거 7.0 넘은 적 있어 배제 못해
12일 밤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 지진은 양산단층이 ‘살아 있는’ 활성단층임을 드러냈다.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수십 개의 단층을 따라 고리·월성·울진 원전들이 밀집해 있다. 대부분 지진은 단층을 따라 일어난다. 경주 대지진이 원전 안전에 빨간불을 켜게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원인을 멀리는 한반도 주변의 지각운동에서부터 가까이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에서 찾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중생대 대륙 충돌과 신생대 한반도와 일본의 분리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지구조운동 과정에 ‘단층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많은 단층들이 형성됐다. 한반도 주변에는 인도와 아시아대륙 간의 충돌에 의한 동서 방향 압축력과 필리핀판의 북쪽으로의 이동에 의한 북북서 방향의 압축력이 작용하고 있다. 이 힘이 축적되면 기존 단층들이 움직여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3일 “동일본 대지진을 일으킨 에너지가 구마모토 지진, 울산 앞바다 지진, 경주 지진을 잇따라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지하의 지진파가 움직일 때 서쪽에 있는 지각을 약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고 했다.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에서 부산 낙동강 하구까지 200㎞에 이르는 선구조로, 경부고속도로와 35번 국도가 나란히 있다. 자인·밀량·모량·동래·일광단층 등 양산단층대를 이루는 단층 중심에 놓여 있다. 양산단층은 그동안 활성단층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활성단층은 ‘최근에 운동을 했으며 미래에 운동을 할 수 있는 단층’을 가리킨다. 지질학계에서는 280만년 전 이내 곧 신생대 4기에 활동한 단층을 말한다. 이런 단층은 언제든지 다시 활동할 수 있다. 경주지진이 양산단층 선상에서 발생함으로써 양산단층은 ‘살아 있음’이 입증된 것이다.
경주지진은 복합적인 형태로 진동을 일으켰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산단층을 중심으로 동해 쪽 부분(오른쪽)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위로 비켜 올라가는 주향이동단층(우수향단층)과 동쪽 지반이 서쪽 지반으로 올라가는 역단층 두 가지가 결합된 형태의 진동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진동이 양산단층 자체를 움직이게 한 것은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지구는 탄성적 거동을 하는데 이 탄성이 임계에 이르러 영구적 변이가 일어났다면 곧 양산단층 자체가 움직였다면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깨어난 양산단층’이 또 다른 더 큰 지진을 부를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뜻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자연) 지진연구센터장은 “단언하기 어렵다. 압축된 응력이 팽창해 해소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6.5보다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한반도는 역사상 규모 7.0이 넘는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는 지역이어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일지에 대해서는 현대 과학으로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경주 지진 피해가 작았던 것은 ‘행운’이다. 규모 5.1와 5.8의 차이는 에너지로는 11배가 넘는다. 이날 국민안전처·지자연·한국지질학회 등이 진앙지인 경주시 내남면 일대를 현장 조사했지만 특별한 피해 상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기원서 지자연 부원장은 “주변 도로공사장의 절개사면에서 머리통만한 돌이 굴러 떨어졌을 뿐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진원이 깊어 피해가 작았다는 데는 의견이 갈린다. 지 센터장은 “진원까지 깊이가 12~13㎞로 깊고 고주파 성분이 많아 진동이 빠른 시간에 지나갔다. 큰 피해가 발생한 지난달 24일의 이탈리아 지진(규모 6.2)의 진원은 5㎞ 깊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전문가는 “30㎞ 이하는 피해가 많이 발생하는 천발지진으로 분류된다. 암반과 지질 구조가 진동을 증폭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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