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6.09.13 17:38 수정 : 2016.09.13 22:09

12일 오후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울산시 중구의 한 주택 기와가 무너져 주차된 차량 위와 골목에 기와 파편이 떨어져 있다. 울산/연합뉴스

9월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5.8의 지진이 전국을 흔들었습니다. 울산 동쪽 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한 지 두 달 여 만입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지진은 홍수나 태풍에 견줘 ‘낯선 재난’ 이었습니다. 그러나 규모가 큰 지진이 이어지면서 한국도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피 요령부터 지진 피해 가능성까지, 지진에 대해 알아둬야 할 5가지를 짚어보았습니다.

1. 향후 국내에서 지진 피해 가능성은?

기상청은 13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도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번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이날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열린 ‘한진 물류 및 지진대책 관련 당정 간담회’에서 “앞으로 (규모) 5.8에서 6.0 이상, 심지어 6.0 초반을 넘어가는 지진이 언제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규모 6.5가 넘는 지진이 국내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정태웅 세종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기상청의 이런 입장에 대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국내외 지질학자들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진은 규모 6.5가 최대치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고 설명했다. 지진은 커다란 대륙판들이 서로 미는 힘(응력)이 축적되다 단층이 깨지면서 발생하는데, 국내는 비교적 안정된 지질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현상을 함부로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견해도 있다. 또 지진 규모가 5.8보다 작더라도 이번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정 교수는 규모 5.2 정도부터 사망 등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번 지진은 진원의 깊이가 15㎞로 깊어 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러니까,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한겨레] 울산 지진은 대재앙의 전조일까요?
▶관련기사 [한겨레] 눈에 띄게 잦아진 지진, 큰 지진의 전조?

포항의 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한겨레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낸 지진 이후 교실 모습.

2.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갑작스럽게 흔들림을 느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방재연구센터장에게 도움말을 청했다. 우선, 건물 밖에 있을 경우, 머리 위로 떨어질 물체가 없는 공터로 가야 한다. 공터로 움직이기가 여의치 않으면 큰 나무 아래에 몸을 숨기는 게 좋다. 큰 나무는 뿌리가 깊어 땅이 갈라진다 해도 피해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하면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실내에 있다면 우선 가스 밸브를 잠가야 한다. 일본에선 전기 조리기구를 많이 쓰지만 한국에선 가스 사용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현관문을 반쯤 열어둬야 한다. 집이 진동으로 인해 틀어져 문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대피로를 확보하기 위한 조처다. 주방에는 식칼이나 위험한 조리용 기구들이 많으므로 식탁이 아닌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겨야 한다.

“지진이 났을 때 건물 밖으로 빨리 나가라는 조언이 인터넷에 있지만 지진은 계속돼 봤자 40~45초간 지속된다. 그 시간에 건물 밖으로 나가기는 불가능하다. 빨리 대피하는 것이 성공하면 좋은데 우리는 대개 아파트에 살고 있고 단독주택이라도 대피하다 고립돼 사고가 날 수 있다. 공간 확보가 중요하므로 책상 밑에 숨어서 진동이 끝난 다음 나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지진이 날 경우 기둥이 많아 공간 확보가 용이한 화장실로 대피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김 센터장은 욕조는 세라믹으로 만들어져 튼튼하지만 화장실에 달린 거울 등이 떨어지면 머리를 보호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책상이나 탁자 아래로 숨기가 쉽지 않다면 벽에 붙어 쪼그려 앉아 책가방 등으로 머리를 가리는 조처를 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한겨레] 지진도 자력갱생?…누리꾼들 ‘일 방재책자’ 공유 봇물

3. 내가 사는 집은 안전할까?

국내에선 1988년부터 건물을 지을 때 내진 설계를 적용하도록 했다. 현행 건축법을 보면, 3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500㎡ 이상, 높이가 13m 이상인 건축물 등은 한반도에서 24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진(대략 규모 6.0)을 버틸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국내 건축물이 지진에 잘 버틸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13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전국 지자체별 내진 설계 현황’을 보면,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가운데 내진 확보가 된 건축물은 47만5335동으로 6.8%에 불과하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건축물 143만9549동은 반드시 내진 설계를 해야 하는데도 33%만이 내진확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말 기준, 공공시설물 가운데 내진 보강을 마친 곳은 전체의 42.4%에 그쳤다. 재난대피 시설인 학교도 22.8%에 불과했다.

6월22일 <동아사이언스> 보도를 보면, 이희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소방방재청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면 서울에 있는 38만채에 이르는 건물이 손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 광장에서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노후핵발전소 폐쇄, 신규건설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4. ‘동해안 집중’ 원자력발전소 문제없나?

정부는 국내 원전이 규모 6.5~6.9 정도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돼 있어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내구 연한 등을 고려해 내진설계 요건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을 덮친 9.0에 달하는 초대형 지진은 일본 정부도 예상치 못한 경우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수습을 제대로 못해 물러났던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지난해 한국을 찾아 “나조차 그런 큰 사고는 없을 것이란 ‘원전 안전 신화’에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한겨레21] “원전 사고는 없을 것이란 신화에서 깨어나라”

특히, 원전이 집중돼 있는 동해안은 일본과 마주하고 있어 지진뿐 아니라 쓰나미(지진해일)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일본 대륙은 지각 활동으로 오래 전 한반도에서 떨어져 나간 부분이다. 지질학계에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지난 4월 구마모토 대지진 등이 한반도 단층을 불안하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이번 경주 지진에 대해 “한반도는 동서 방향으로 압축력을 받고 있다. 인도판에서 중국과 한반도를 동쪽으로 밀어내는데 일본이 위치해 있는 태평양판이 밀리지 않으려고 버티면서 한반도가 (양쪽에서) 압축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 원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동일본 대지진 영향이라고 보기도 하고, 전혀 아니라는 사람도 있는 등 의견이 갈린다”며 명확한 원인을 밝히지 않았다.

▶관련기사 [한겨레21] ‘원전 벨트’ 동해안 ‘안전 벨트’가 없다

현재 국내에는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까지 포함해 모두 23기의 원전이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에 따르면 2029년까지 원전 13기가 추가된다.

5. 전조현상이 일어났을까?

경주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난 7월 부산·울산 일대를 뒤덮었던 ‘가스냄새’와 해수욕장 개미떼 이동 등이 지진의 전조 현상 아니냐는 의구심이 많다. 김광희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화산지대에선 화산 폭발 전 분출되는 가스의 성분이 바뀐다든가, 아주 작은 미소지진의 횟수가 많아진다든가 이런 변화가 있다”며 “그러나 경주나 부산, 울산 등은 화산지역이 아니다. 그래서 가스냄새, 곤충이 움직였다, 구름이 이상하다 등을 지진과 연관시킨다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박현정 김미영 기자 saram@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