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18 16:32
수정 : 2016.10.18 22:02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이어진 미 전략폭격이 B-1B 출격 때
<아사히> 18일 보도 “한국 반대로 결국은 무산”
미국의 3각동맹 강화 구상에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도 포함된 듯
미국이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한국에 대한 ‘확장 억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전략폭격기 B-1B를 띄웠을 때, 한국 영공에서 한·미·일 3개국 공군이 편대비행을 하자는 비공식 제안을 했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의 제안은 북핵 위협 등을 이유로 한국에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용인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미국이 바라는 한·미·일 삼각동맹 강화의 방향성과 속도를 둘러싸고 적잖은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18일 한·미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난달 13일 북한 견제를 위해 B-1B 2기를 한국 영공에 띄웠을 때 “한·미·일 3개국의 결속”을 보여주기 위해 3개국 공군의 편대비행을 타진했지만, “한국이 국민정서를 우려해 난색을 보여 실현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B-1B는 일본 영공인 규슈 상공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한국 상공에선 한국 공군의 F-15와 함께 비행했다. 특히 B-1B는 오산 미 공군기지 부근에선 저공비행을 통해 한국 언론 등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국이 미국의 제안에 응했다면, 규슈 상공에서 B-1B를 맞이한 항공자위대 F-2가 한국 영공에 진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당시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대한민국의 방호에 대한 미국의 굳건한 공약을 보여주기 위해 2대의 B-1B 전략폭격기가 9월13일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대한민국 상공으로 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도에 대해 한국 정부는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전하규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미 전략자산 전개시 일본 군용기의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 내 진입비행과 관련해서는 한·미가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사이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 협의’는 없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기사가 언급하듯 ‘물밑 타진’ 등 비공식 협의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삼각동맹의 구상 안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그동안 한국에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자위대가 유사시 한반도에 진출할 수 있게 된다는 우려가 쏟아진 바 있다.
신문은 이 사건 이후 일본은 “상호주의적인 입장에서 한국이 자위대기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 (일본 영공) 통과는 어렵다”며 “한국 공군의 F-15 전투기가 이달 미국 알래스카 상공에서 열린 다국적 공군 연습(레드 플래그)에 참가할 때 영공을 통과하지 못하게 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한-일간 군사협력 심화를 좀처럼 허용하지 않는 한국에 대해 여러 보복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일본은 올 12월 초 등 ‘연내’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일을 기회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한국 당국자들의 발언도 “국민정서상 어렵다”는 신중론에서 적극론으로 바뀌고 있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지난달 18일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만나 한-일 군사협력의 강화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그 필요성에 대해 완전히 동감이다”고 말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답변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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