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한겨레 사설] 북은 경거망동 말고, 한·미는 정세 안정 꾀해야 |
북한의 핵실험장과 로켓(장거리 미사일) 발사장, 중거리 미사일 기지 등에서 동시에 차량과 물자의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한다. 노동당 창건일인 10일에 맞춰 새로운 도발이 시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 정부가 강한 대북 압박을 추진하면서 이에 대한 북한의 반발 움직임도 뚜렷하다. 9일에는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이례적으로 판문점을 찾았다.
북한 당국과 관영 언론은 최근 며칠 동안 ‘정지위성 운반 로켓 발사’ 의지 등을 거듭 드러냈다. 북한이 당장 행동에 나서지 않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한·미의 추가 제재 내용을 보면서 핵실험과 로켓 발사 등을 저울질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처럼 미국의 11월 초 대통령 선거와 내년 초 정부 출범 사이 정권 교체기에 도발이 있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거나 새 핵실험을 하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선택이다. 무엇보다 9월9일 5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다. 북한은 경거망동하지 말기 바란다.
우리 정부와 미국은 최대한 강력한 내용의 대북 제재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파워 대사의 방한과 7일 끝난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의 전격적인 비공개 미국 방문도 그 일환이다. 두 나라는 5차 핵실험 이후 다양한 차원의 대북 무력시위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한·미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중국과의 정면 대결을 감수할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 초강경 조처를 취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갈수록 더 불안해지고 있다. 남북 당국자의 발언만으로 보면 당장 국지적 충돌이 생기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까지 대북 초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지나치다.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하며, 인권 억압 등 북한 체제에 문제가 많은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 해결이 정세 불안을 전제로 해선 안 된다. 선제적 타격 등 무력행사를 앞세우거나 군사적 조처를 강조하는 논의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핵실험 등 북한의 그릇된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불가피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핵·미사일 문제를 풀지 못한다. 한·미는 중국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해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그에 앞서 한반도 정세 안정은 필수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