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차 총회 고위급회의 20일 시작
남·북 외교책임자 기조연설 예정
한·미·일 추가 제재 벼르고
중·러 6자회담 재개 목청
반기문-리용호 만날지도 관심사
제71차 유엔총회가 13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공식 개막한 데 이어 20일 시작하는 유엔총회 고위급회의에서부터 북한의 5차 핵실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한국·미국·일본이 ‘대북 제재 강화’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반면, 중국·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협상’과 ‘양자 제재 반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남북한 외교 책임자가 유엔총회에 나란히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한·미·일은 강력한 추가 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핵실험 당일 한-미 및 한-일 정상의 전화회담과 한-미 국방장관 전화협의에 이어 10일 한-일 국방장관 전화협의, 11·13일 각각 미-일 및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 등이 숨가쁘게 이어졌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총회에 참석하려고 17일 출국했다. 그는 22일께(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국제사회에 ‘더욱 강력하고 일치된 대북 제재·압박’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는 특히 북한인권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대북 압박 효과를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이달 초 북한인권법 시행을 계기로 북한인권 문제를 대북 제재·압박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윤 장관은 18일(현지시각) 존 케리 미 국무장관, 기시다 후미오 일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및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는 등 유엔총회 참석 기간에 최소 15개국 외교장관과 양자회담을 통해 대북 제재·압박 외교에 나설 계획이다.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거리를 둬온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문제가 거론될 가능성이 높아 주목된다.
유엔총회 기간 한-중 및 한-러 외교장관 회담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중·러가 한·미·일과 다른 북핵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사정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한-중 및 한-러 외교장관은 12일 전화로 5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중국 외교부가 누리집에 공개한 통화 내용을 보면, 왕 부장은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의 필요한 반응’에 동의하면서도 “각국에 냉정과 억제를, 형세 긴장을 한층 고조시키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한)반도 핵문제 해결의 최종은, 어떻든 대화와 담판(협상)의 궤도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윤 장관과 전화협의에서 “한반도 핵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의 비대칭적 군사 활동 강화를 자제하고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외교부는 밝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 또는 24일께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리 외무상은 ‘주권국가로서 핵 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리라 예상된다. 한·미·일과 중·러의 균열 지점을 활용해 ‘대화·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 외무상은 15일 베네수엘라에서 열린 제17차 비동맹회의에서 “미국의 항시적인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안전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끝에 부득이하게 핵무장의 길을 택하게 되였다”고 연설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리 외무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날지도 관심사다. 유엔 사무총장은 관례적으로 총회에 참석한 회원국 정상·각료를 접견해왔다. 반 총장은 2014년과 지난해에는 리수용 당시 외무상(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접견했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