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위험한 선동 벌이는 안보장사꾼들 |
새누리당 핵심 인사들이 중심이 돼 핵무장론과 전술핵무기 배치론을 공론화하고 있다. 군 당국은 유사시 평양의 일정 구역을 완전하게 사라지게 하는 ‘대량 응징보복’ 작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나타나는 위험한 움직임이다. 핵 문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정부의 무능을 호도하고 안보 위기를 틈타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다.
북한에 맞서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핵무장론은 전혀 현실성이 없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는 등 사실상 지구촌 전체를 적으로 돌려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속에서 고립된 지금의 북한처럼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한-미 동맹도 위태롭게 될 가능성이 크다. 천신만고 끝에 핵무기를 가지더라도 안보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일본을 포함해 한반도 관련국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 돼 ‘치킨 게임’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완전히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전술핵 재배치론 또한 비현실적인 선동이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되풀이해서 강조하는 것은 핵무기를 한국에 배치하지 않더라도 전투기와 잠수함, 탄도미사일 등을 통해 핵 억제력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도 없는 핵무기를 배치해달라고 미국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안보 무능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군 당국이 대량 응징보복 작전이라는 전쟁계획을 흘리는 것은 내용의 현실성 여부를 떠나 부적절한 행태다. 핵 문제의 초점을 흐릴 뿐만 아니라, 긴장을 고조시켜 군비 확장을 꾀하려는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원유철 의원 등 우리 현실을 알 만한 이들이 핵무장론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이 5차 핵실험까지 하도록 만든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실패를 덮고 싶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이들의 행태는 북한 핵 문제와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키고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안보장사’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 핵 문제는 한반도 관련국이 모두 얽힌 난제다. 기존 정책에 대한 반성 아래 효과적인 전략과 일관성 있는 실천이 뒤따라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무책임한 선동은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정세 불안을 고조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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