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스폰서 검사’ 뭉갠 검찰, 자정능력 의심된다 |
이런 검찰을 어떻게 믿을까 싶다. 현직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인 사업가와 부적절한 돈거래를 하는 등 ‘스폰서’ 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검찰이 한참이나 수사를 미적댄 것으로 드러났다. 대검찰청은 보고를 받고도 석 달 넘게 방치하다 <한겨레>에 이런 사실이 보도되자 뒤늦게 감찰에 나섰다. “뼈를 깎는 개혁을 하겠다”며 지난달 31일 검찰이 내놓은 ‘법조비리 근절 및 청렴 강화 방안’이 무색하다.
김아무개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은 분명해 보인다. 그는 사업가 김아무개씨로부터 지속적으로 향응과 용돈을 제공받고, 다른 사람들의 계좌로 한 번에 1500만원을 송금받았다고 한다. 사실상 스폰서 구실을 한 김씨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했고, 이를 보여주는 고소장과 관련 문자메시지 등도 있다. 김씨가 횡령과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김 부장검사는 담당 검사 및 부장검사와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개별적으로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도 했다고 한다. 이런 자리에서 그는 김씨 사건에 자신의 문제도 달려 있으니 사건에 나오지 않게 잘 처리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부정한 청탁임이 명백하다. 친구였던 김씨에게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에 대한 술접대 내용을 축소하도록 조언하는 등 비위 의혹을 조작·은폐하고 수사를 방해하려 했다. 이런 일이 최근까지 계속됐다.
그런데도 검찰은 김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나 감찰을 하지 않았다. 김 부장검사 관련 의혹은 진작부터 검찰 수뇌부도 알고 있었다. 지난 4월 서울서부지검에 제출된 김씨에 대한 고소장에는 ‘김씨가 김 부장검사에게 1500만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이 있었고, 서부지검이 5월 대검에 보고한 첩보보고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이즈음은 진경준 전 검사장의 120억원대 주식 대박 의혹으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법무부에 징계의결을 요구한 직후다. 당연히 감찰에 나서야 할 사안이고 작은 비리 의혹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때인데도 대검은 이를 방치했다. 서울서부지검도 김 부장검사를 조사한 흔적이 없다. 검찰의 고질적인 비리인 ‘스폰서 검사’를, 역시 검찰의 고질병인 ‘제 식구 감싸기’로 뭉개려 했다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에 자정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은 진작부터 파다했다. 이번 사건마저 어물쩍 넘기려 든다면 그나마 남은 기대마저 사라질 것이다. 그때는 검찰 밖에서 개혁 방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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