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9.04 21:07
수정 : 2016.09.04 21:25
내년 지출예산 1조원 돌파
고용보험 실업급여계정서 지출
정부 일반회계 전입금 700억뿐
고용보험기금 재정 ‘빨간불’
산전후휴가(출산휴가)급여,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급여 규모가 내년 1조원을 넘기게 됐다. 그러나 90% 이상이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되고 있어 모성보호의 ‘사회 부담’이라는 취지가 사라지고,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도 해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계정의 모성보호급여 지출예산은 1조846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내년 전체 실업급여 사업비의 19.2%에 달한다. 하지만 내년도 일반회계에서 고용보험기금에 지원하는 전입금은 700억원에 그쳤다. 2015년부터 3년째 같은 액수다. 출산휴가·육아휴직이 확산되면서 2002년 257억원이었던 모성보호급여 지출은 내년 1조846억원으로 42.2배 증가했지만, 일반회계 전입금은 같은 기간 15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4.7배만 증가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에 전입금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기재부가 국가 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증액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용주와 노동자가 내는 고용보험료가 재원이며, 일반회계는 전체 국민이 내는 세금이 재원이다. 모성보호급여 지출이 급증하면서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 고용보험법은 대량실업 발생이나 고용상태 불안에 대비해 실업급여 계정의 연말 적립금을 그해 지출액의 1.5~2배로 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2011년과 2013년 고용보험료율을 2차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적립배율은 지난해 0.7배에 그쳤다. 모성보호급여 지출을 뺄 경우 적립배율은 1.8배로 올라간다. 고용보험기금 건전성이 악화할 경우 고용보험의 본래 목적인 실업 안전망 역할이 부실해질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선 모성보호급여를 일반회계나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휴가급여나 육아휴직급여를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하는 나라는 캐나다와 일본, 우리나라 정도다. 우리나라는 2001년 모성보호급여 도입 당시, 건강보험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고용보험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회는 당시 결의안을 채택해 “출산·육아는 사회 공동의 문제로 산전후 휴가급여는 장차 모든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모성보호비용은 사회 부담화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비용의 일정 부분을 매년 일반회계 예산에 반영하고, 일정 연한이 지난후에는 산전후휴가급여를 전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하면서 그 비용은 일반회계와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모의 건강유지라는 취지에 맞게 출산휴가급여만이라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거나, 일반회계 전입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가 저출산 극복 의지가 있다면, 모성보호급여를 노사가 납부한 고용보험기금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일반회계 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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