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5 16:02
수정 : 2017.09.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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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들이 지난해 해양수산부 장관 및 직원들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삼치구이 등이 나온 오찬 가격은 1인 1만5000원으로 국회와 해수부각 각각 계산했다. 세종/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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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 1년]
3만원의 벽, 고급식당 타격… 저가 음식점은 반짝 특수
꽃집은 ‘회복 불가’ 타격… 강의 열어 살길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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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들이 지난해 해양수산부 장관 및 직원들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삼치구이 등이 나온 오찬 가격은 1인 1만5000원으로 국회와 해수부각 각각 계산했다. 세종/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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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여파… 꽃집 다 죽는다”, “김영란법으로 농축산업 울상.” 지난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제기된 우려들이다. 법 시행 뒤 1년이 흐른 지금, 그 우려는 현실이 됐을까. 거시 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변동은 잘 감지되지 않는다. 통계청의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마이너스 세(-3.8%)를 보인 뒤 최근 감소 폭이 둔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등 실질국내총생산(GDP)도 지난해 4분기가 법 시행 이전인 지난해 3분기보다 오히려 0.7% 증가했다. 다른 변수를 제외하고 청탁금지법의 영향만을 따로 분석하기 어렵지만 거시경제 지표상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입을 것으로 추정됐던 음식점, 꽃집 등은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로 매출에 큰 영향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 ‘3만원의 벽’ 고급식당 타격… 저가 음식점은 반짝 특수 “죽다 살아났어요.” 서울 영등포구 국회 근처에서 고급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정아무개(59)씨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3만1000원짜리 메뉴를 2만9000원으로 내렸지만 매출은 3분의 2가 줄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매출이 회복세를 타고 있지만 예전만 못하다. 정씨는 “2000원 음식값을 내렸으니 딱 그만큼만 매출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다들 조심하다 보니 사람들이 식당 방문 자체를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식당, 일식당 등 고급 음식점은 청탁금지법 시행 뒤 매출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청탁금지법이 정한 식사비 ‘3만원’보다 저렴한 ‘김영란 메뉴’를 만드는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위축된 소비 심리를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 11일부터 6일 동안 420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를 보면, 외식업체의 66.2%(278곳)가 청탁금지법 시행 1년 동안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한식당도 청탁금지법 시행 뒤 월 매출이 3~4천만원 정도 줄었다. 식당주인 강아무개씨는 “1만 7천원짜리 메뉴를 새로 만들었지만 이 메뉴를 시켜도 술 두 세병만 추가되면 금방 3만원이 넘어가니까 아예 잘 안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식당은 음식 가격 조절도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프랜차이즈 고깃집을 운영하는 연아무개씨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이다 보니, 가격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어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고기 1인분에 3만6000원을 호가하는 연씨의 식당은 청탁금지법 이후 매출이 30% 정도 줄었다. 그러나 본사는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라”고만 할 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연씨는 10명이던 직원을 8명으로 줄였다.
반면, 일부 저가 음식점들은 청탁금지법 덕분에 ‘반짝 특수’를 보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고급 한정식집과 청국장집을 운영하는 송아무개(56)씨는 “고급 한정식집에 가는 게 신경 쓰이는 분들이 일반음식점으로 오더라. 법 시행 뒤 며칠 동안 한정식집 매출은 70~80%까지 줄었지만, 일반음식점은 20%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말했다.
■ 꽃집은 ‘회복 불가’ 타격… 강의 열어 살길 모색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화훼업계는 법 시행 뒤 전년 대비 전체 도매거래액이 5.2% 감소했다. 특히 선물용으로 오가는 난 등 화분류의 거래액은 전년보다 14.7% 줄었다. 화훼업계는 청탁금지법으로 정면 타격을 입은 뒤 살길을 모색 중이다.
국회 앞에서 23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박아무개(52)씨는 얼마 전 생활 꽃꽂이 강의를 시작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30% 줄어든 매출을 메꾸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이다. 10만원부터 시작하는 3단 화환 주문은 대폭 줄었고, 4만9900원짜리 화환 주문이 들어와도 받는 사람이 다시 꽃을 되돌려보내는 일도 부지기수다. 박씨는 “배송료만 자꾸 나가고 주문은 취소되니까 이제는 꽃 보내기 전에 미리 전화한다. 그러면 90%는 안 받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뜨개질 제품이나 브로치를 만들어 꽂집에서 팔까 고민 중이다.
제주도에서 21년째 꽃집을 운영하는 오경자(46)씨는 ‘원 플라워 원 테이블(이하 원플라워)’ 운동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주도하는 원플라워 운동은 사무실 책상 하나에 한 개의 꽃을 키우자는 운동이다. 위축된 꽃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제주도의 일선 경찰서가 한 달에 한 번씩 오씨에게 꽃을 주문해간다. 오씨는 “법을 지키면서 새로운 수요도 만드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5만원보다 저렴한 화분에 부착하는 ‘안심화분’ 스티커를 제작해 배포하는 궁여지책도 내놨다.
■ 타격 클 거라 했던 골프장·문화예술계는… 개별소비세수를 따져봤을 때, 골프장도 청탁금지법으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국세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골프장 개별소비세수는 2028억원으로, 2015년(2092억원)에 비해 3.1%가 감소했다.
그러나 법 시행 초기 소비가 잠시 위축됐을 뿐 빠르게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쪼개기 결제, 무기명 회원권 등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꼼수’가 만연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골프장 이용객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여간 골프장 이용객 수는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278개 회원사 중 234개). 김재화 한국골프칼럼니스트협회 전 이사장은 “초기 위축이 컸고, 지금은 상황이 나아졌다. 현장에서 ‘쪼개기 결제’ 등 편법적인 방법으로 골프장 이용비를 결제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모임 소장도 “무기명 회원권을 사거나 차명·가명으로 회원권을 사는 사람도 많아서 회원권 가격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계도 청탁금지법의 영향을 벗어나긴 어렵다. 연극 공연 전문 기획사는 “기업에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법 시행 전에도 단체 티켓은 40~50%를 할인한 가격으로 판매했는데, 이제는 20~30%를 추가 할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클래식 공연 기획사는 “표만 판매해서는 제작비를 맞추기 힘들어, 기업 협찬이 필요한 데 법 시행 이후로 많이 줄었다. 예전보다 공격적으로 공연기획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한솔 이지혜 선담은 임재우 최민영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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