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학부모처럼 하면 김영란법 딱 걸립니다”

김영란법 한달 학부모 집담회
“최씨 학교서 한 행동 종합위반세트”
예체능·운동부 자녀 둔 부모들
출결처리·청탁 관련 질문 쏟아내

“최근 드러난 학부모 최순실씨가 학교 현장에서 보인 행동은 대부분 김영란법에 위배됩니다. 입학, 출결, 성적과 관련해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청탁이 어떤 것인지 종합적으로 보여준 사례인데, 학부모님들은 최순실씨처럼만 안 하면 된다고 바꾸어 생각하면 김영란법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김기식 전 국회의원)

3일 오전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원 20여명은 ‘학부모가 꼭 알아야 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란 주제로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무실에서 집담회를 열었다. ‘김영란법 시행 후 달라지는 학교 풍경, 변화하는 학교 문화’라는 주제로 19대 국회 때 김영란법 입법을 주도했던 김기식 전 의원(현 더미래연구소장)이 강의를 하고, 학교운영위원 및 학부모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20여명의 학부모들이 궁금증을 푸는 자리였다.

■ 자녀 출결처리, 이렇게 하면 부정청탁 “우리 아이가 공연에 나가는데 학교에 ‘출석으로 인정해달라’ 이런 부탁을 학부모가 하면 안 되는 것인가”라는 한 학부모의 질문이 나왔다. 10대 아이돌 가수나 연습생, 예체능 특기학생의 경우 공연이나 대회 출전, 연습(훈련)을 이유로 학교에 출결 문제를 상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의원은 “아이가 직접 학교에 말하도록 해야 한다. 학생은 자신의 문제를 요구하는 당사자이니 문제될 것 없지만, 학부모가 부탁하면 제3자를 통한 부정청탁이 된다”고 안내했다.

주의할 것은 학생의 부탁을 받은 교사다. 학생의 출석인정 부탁을 받아들였다면 어떤 이유에서 받아들였는지 분명하게 기록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교 규정에 의해 출석인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이유와 추후 출결처리 과정의 근거가 되는 공문 등을 기록에 남기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운동부 우리 아이, 청탁 없이 대학 보내고 싶은데 축구부 소속 중2 아이를 키우는 50대 학부모는 김영란법에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학교 운동부에는 코치, 감독, 학부모 사이에 보이지 않는 비리가 많다. 아이를 기르면서 꿋꿋하게 (청렴하게) 하고 싶은데, 돈이나 청탁이 아니면 아이가 가려고 하는 학교에 못 가는 상황도 봤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됐으니 부당한 일이 있을 때 학부모와 아이가 다 감당하지 않고 신고하면 학교가 달라질 수 있나”라고 질문했다. 김 전 의원은 “김영란법은 운동부에서 부정청탁이나 금품수수가 발생하면 당사자, 코치와 감독은 물론 소속기관 장도 같이 처벌한다”며 “이전의 부패 관련 법보다 강력해 학교 현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학부모들께서 이를 모니터링하고 신고하는 역할을 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사이에는 액수와 관계없이 모든 선물 제공을 금지했다. 김 전 의원은 “학교에서 오가는 선물, 부탁 등에 우리는 너무 익숙하지만 외국에서는 소액 선물도 주지 않는다. 법으로 이를 정리하는 이유는 교실이 선물할 수 있는 부모를 둔 아이와 선물할 수 없는 부모를 둔 아이로 나뉘어 교육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란법이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역은 학교이며, 특히 음미대나 체육대 입시문화를 개선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