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10.09 16:57
수정 : 2016.10.09 19:47
조사자료 미흡·보완요구 불응땐
법원 “과태료 처벌 안할수 있다”
기관장에 보완 요구 강화하기로
법원이 이른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을 위반해 과태료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소속기관장의 신고 내용이 부실하면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수도권 지역 지방법원 판사들로 꾸려진 ‘과태료재판 연구반’이 만든 김영란법 관련 자료를 9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청탁금지법 위반 과태료 재판도 기존의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른 과태료 재판과 마찬가지로 소속기관장이 과태료 부과 대상을 통보하면 약식 재판 절차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때 청탁금지법 위반 사실이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고, 객관적으로도 입증이 가능하면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반면 과태료 부과 통보가 법에 규정된 방식을 어기거나, 위반 사실을 확인할 수 없으면 과태료를 부과받지 않는다. 약식재판에 이의를 신청하면 정식재판과 똑같은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법원은 과태료 부과 요청을 맡은 소속기관장에게 통보 보완 요구를 적극적으로 하기로 했다. 소속기관장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있으면 당사자를 불러 조사하거나 장부·서류 등을 검사할 수 있다. 법원은 소속기관장이 과태료 부과 대상자를 법원에 통보할 때 대상자의 이름, 연락처, 주소, 위반행위 일시, 장소, 내용, 적용 법조와 함께 소속기관장의 의견을 기재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조사결과와 서류, 사진, 영상 등 증거물도 함께 첨부돼야 한다. 만약 법원이 이런 내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소속기관장에게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신고 자료가 부족하거나 보완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법원은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소속기관장 등 조사기관이 충실한 자료수집 절차를 이행하라는 것이다.
법원은 과태료 부과액은 “법관이 개별 사건에서 합당하게 정하여야 할 고도의 재판사항”이라고 보았다. 청탁금지법은 최대 3000만원 또는 수수금지 금품 등의 5배까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데다 다양한 청탁금지법 위반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과태료재판 연구반은 과태료 부과 현황을 지켜본 뒤 오는 11월께 과태료 부과액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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