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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7 22:21 수정 : 2016.09.27 22:21

김영란법 시행…달라진 기업 표정
식사 시간 피해 기자간담회 열고
당분간 저녁 약속은 아예 안잡아
신차 발표도 호텔 대신 전시장서
삼성, 접대 아닌 회식도 3만원 제한

애매한 세부사안 명확히 정리안돼
업체들 “문제소지 있으면 다 피하라”

케이티(KT)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틀째인 29일 ‘기가(GiGA) 전략 관련 기자간담회’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과거 같으면 점심시간에 걸쳐서 행사를 잡는 것도 검토했겠지만, 때가 때인지라 식사 시간을 피했다. 케이티 관계자는 “통상 간담회에서 식사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다음날이라서 조심스럽다. 시행 초기인 법을 충실히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이 28일 시행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이에 대비해온 기업들이 행여 저촉되는 사례가 발생할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회적 논란과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시범 케이스’로 걸리면 집중적 조명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공공기관이나 언론을 상대하는 대관·홍보 담당자들은 당분간 외부 약속을 잡지 않거나 줄이는 경우가 많다. 한 업체 홍보팀 과장은 “기자 등과의 저녁 약속은 안 잡고 있다. 그동안 (업무의 연장으로) 저녁 시간을 반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제 개인적인 저녁 시간이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보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한 특급호텔 직원은 “이제 레스토랑을 홍보하려면 호텔 밖에서 기자를 만나야 하는데, 음식 맛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이라며 “기자가 아니라 파워블로거나 프리랜서를 중심으로 홍보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대형 행사가 잦은 편인 자동차업계도 고민을 하고 있다. 특급호텔 대신 전시장을 신차 발표 행사장으로 쓰고, 차나 커피를 제공하는 수준으로 하는 게 대안으로 떠오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해야 하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했다.

김영란법이 규제하는 이상으로 기준을 강화하는 곳들도 있다. 삼성그룹은 접대가 아닌 직원들 회식도 1인당 3만원 이상 비용을 쓰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법인카드 식대 지출이 1만원만 넘으면 지출 내역을 내도록 했다.

식사나 선물뿐 아니라 포괄적 ‘금품’으로 간주될 수 있는 대목도 관리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출입기자들에게 허용하던 무료 주차를 금지하거나, 상시 차량 출입카드를 일일주차권으로 바꿔 제공하겠다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김영란법 발효에 맞춰 엄격한 기준을 시행하고 나선 것은 ‘윤리경영’의 고삐를 죄겠다는 뜻도 있지만 시행 초기에 적발돼 양벌규정에 따라 회사까지 처벌받고, 그에 따라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상황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은 어떻게 하는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회사 법무팀에서는 ‘일단은 (문제 소지가 있는 것은) 다 피하라’고 한다. 법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법 적용을 회피할 수 있는 편법이 얘기되기도 하지만 원칙대로 할 계획”이라며 “다른 기업은 어떻게 하는지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 때부터 제기된 불명확성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마케팅 행사 등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나 대한상의에 문의하고 있는데, 사안이 애매하기도 하고 그쪽도 바빠서인지 제대로 회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홍대선 이충신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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