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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9.27 21:08 수정 : 2016.09.28 00:38

소풍 때 선생님 도시락, 담당 형사에 음료수 안돼요

관세청 직원이 지난달 26일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제작한 스티커를 선보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선생님 만날 때 커피 한 잔도 사가면 안됩니다

[선생님 만날 때]

28일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영향을 미칠 우리 사회 여러 현장 가운데 보통 사람들이 가장 피부에 와 닿는 곳은 학교일 것이다. 실제 법 적용 대상 기관 가운데 학교가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데다, 많은 이들이 학부모로서 교사들을 접할 경우가 최소한 한두번씩은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대가성이 없더라도 교사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거나 작은 선물을 주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에 학부모와 교사 관계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교사에게 성적처리 등에 관한 부정청탁을 하면 안 된다. 또한 선물, 식사 대접 등을 포함해 일절 금품을 제공하면 안 된다. 학부모와 교사 양쪽이 모두 처벌받는다. 김영란법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하는 선물, 음식물, 경조사비 등은 일정 액수(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안에서 허용한다는 이른바 ‘3·5·10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교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교사는 학생의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교 등 목적보다는 학부모와 직접적인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부모가 상담을 위해 담임 교사를 만난 자리에 음료수나 쿠키 등을 사 가거나, 운동회나 현장 체험학습 때 교사에게 김밥을 주는 행위, 모바일 커피 상품권을 보내는 것 등이 모두 처벌 대상이다.

모든 교사는 ‘3·5·10’도 적용 안돼
아무것도 주고받지 않는 것이 원칙

학부모들이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초·중·고 교사뿐만 아니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교사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국립, 공립, 사립 등 운영주체의 성격과 상관없이 모두 해당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사립 어린이집도 정부의 ‘누리과정’ (만 3~5세 유아 대상 공통 교육·보육과정) 업무를 위탁받은 것으로 보고,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다.

교사뿐 아니라 학교 영양사와 행정직원, 유치원 운전기사 등 학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이라면 모두 김영란법 적용대상이다. 그러나 건물관리를 하는 경비나 환경미화 또는 시설관리 담당자, 학교와 위탁계약을 맺고 방과 후 과정을 맡고 있는 담당자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학부모와 교사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중학교 1학년생을 둔 학부모 이아무개(41)씨는 “최근 아이 학교에서 ’선물을 일절 받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도 왔다. 이제 빈손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게 돼 심적인 부담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아무개(38)씨는 “그동안 선물을 받지 않는다고 통지문을 보내도 일부 학부모들께서 선물 등을 건네는 경우가 있어 마음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게 힘들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김경욱 김미향 황보연 기자 dash@hani.co.kr

kimyh@hani.co.kr


“경찰은 박카스 한병도 안됩니다”

[공무원 대할 때]

교육 관련 민간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김철수(가명)씨의 ‘갑’은 교육부 공무원이다. 교육부에서 사업을 따내야 하는 김씨는 공무원들을 만나 식사나 술을 사는 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3·5·10 규정(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이하는 줄 수 있다) 정도만 알고 있다”며 “솔직히 막막하다”고 말했다.

공직자를 접촉하는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핵심사항은 두 가지다. 첫째, 누구든 인허가 업무, 인사개입, 성적처리, 수사·재판 등 법이 정한 14가지 업무에 대해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에게 법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권한을 남용하게 하면 ‘부정청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건축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증축허가를 문의하는 것은 괜찮지만, 증축허가를 받을 수 없는데도 “받도록 도와달라”거나 “빨리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면 부정청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이럴 경우 말로만 해도 처벌받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허가 도와달라” “음주 적발 봐달라”
청탁한 사람도 공직자도 처벌 대상

판사 등 법관이나 검사에게 선고 내용을 미리 알려달라거나, 압수수색 대상에서 자택을 빼달라거나, 수배자가 특정 시점까지 검거를 미뤄달라는 등의 요청도 모두 부정청탁이다. 다만 민간인과 변호사가 준비서면이나 탄원서 등 법에 보장된 절차에 따라 자신의 주장을 밝히거나 법정 기한 안에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해 달라고 하는 것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또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사람이 경찰인 친척이나 친구에게 연락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하면 역시 부정청탁이다. 부정청탁을 한 사람은 과태료에, 이를 들어준 공직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둘째, 공직자 등은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달리 말하면 공직자 등에게 금품을 주어선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직자뿐 아니라 금품을 제공한 일반인도 똑같이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일단 1회에 100만원(연간 300만원)을 초과한 금품이나 향응 제공은 직무관련성이 있든 없든 모두 안된다.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에는 100만원 이하도 금지되는데,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사교·의례 등의 목적이 인정될 경우 예외적으로 ‘3·5·10’ 한도 내에서 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는 관계는 이런 예외도 인정이 안된다. 예를 들어 경찰은 수사 관련자와 직접적인 직무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박카스 한박스 같은 작은 선물이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모두 금지된다.

이창곤 김민경 김지훈 기자 goni@hani.co.kr


대학원 논문 심사 뒤 식사는 도시락으로?

[대학교에서]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은 대학사회 문화도 상당부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모든 대학의 교수들(명예교수·초빙교수 제외)은 김영란법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설명에 따르면 대학원에서 졸업논문 지도 뒤 해당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2만원의 식사를 대접하고, 2차로 2만원의 후식을 대접할 경우 지도교수는 직무관련성이 있는 이에게 합계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제공받은 경우에 해당된다. 이 경우 ‘금품수수 금지 조항’에 저촉돼 대접한 학생과 대접받는 교수가 모두 과태료 대상이 된다.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심사 뒤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식사 대접을 받으면서 호텔에서 3만원 이상의 식사를 한 경우도 해당된다.

홍지수 서울대대학원총학생회 사무총장은 “보통 논문심사를 하면 간식이나 식사를 준비하는데 학생이 혼자 심사를 받으면 혼자 부담하고 여러명이 할 경우 N분의 1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강의실에서 하는 교수님도 있지만, 외부 식당이나 호텔에서 하는 교수님도 있다. 학생들은 선배 등을 통해 지도교수님의 취향을 알아본 뒤, 장소를 정하고 비용을 댄다”며 “김영란법이 실시되면 강의실에서 도시락 먹으면서 하는 문화 등으로 바뀌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논문심사땐 3만원↑ 식사·술 ‘과태료’
“강의실서 도시락 먹으면서 심사할듯”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은 교수에게 학점을 올려달라는 청탁을 하면 안된다. 금품과 관계 없이 말로만 하는 부탁도 안된다. 교수는 요청을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해야 한다. 교수가 사정이 딱한 후배에게 다른 대학 시간강사 자리를 알아봐주고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경우, 입시철 지인에게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입학 상담을 해주고 감사의 표시로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는 경우 모두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 외부강의료는 국립대 교수는 직급별로 시간당 20~50만원, 사립대는 직급 상관없이 100만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대학생이 4학년2학기 때 일찍 취업했을 때 수업을 일부 듣지 않아도 교수가 학점을 인정해주는 관행이 ‘부정청탁’에 해당돼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를 두고는 최근 논란이 일었다. 교육부는 26일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대학 자율적으로 학칙을 개정해 일찍 취업한 대학생에게 학점을 인정해주는 취업특례 규정을 만들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권익위와 협의해 교육과정 이수 방법 중 전통적인 수업방식이 아닌 취업 특례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미향 김경욱 기자 aroma@hani.co.kr


대학병원 수술·입원 청탁 안됩니다

[병원갈 때]

기존에는 병원을 이용하면서 정해진 날짜보다 외래 진료나 입원, 수술날짜를 앞당겨 해달라고 청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학병원이나 국공립 병원 쪽에 이런 청탁을 하거나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의사나 간호사 등에게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할 때도 기준을 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와 대학병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약칭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국립대병원, 사립대병원이나 사립대학 교수가 근무하는 협력병원에는 김영란법이 적용돼 이들 의료기관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청탁이 모두 처벌 대상이 된다.

“진료 앞당겨달라” 청탁하면 법 위반
환자, 제약회사가 주는 선물도 제한

병원에서 진료나 입원 순서를 앞당기는 행위는 국가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청탁금지법 문답(Q&A) 사례집에서도 대표적인 부정청탁 사례로 꼽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외래 및 입원 진료 일정을 조정하거나 다인실 입원 등과 같은 청탁은 모두 거절하겠다는 것이 병원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칙적으로는 김영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삼성서울병원 등 일반 종합병원도 의사들 중에 상당수가 성균관대 등 사립대학 교수 신분이라 청탁을 받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환자, 제약회사 직원 등으로부터 식사나 선물 등을 받는 것도 제한을 받는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등의 목적일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식사(3만원), 선물(5만원), 부조금(10만원)이 상한선 내에서 허용된다. 일부 병원들은 개별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법이 시행되는 초기인 만큼 시범사례로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상한선 아래의 식사나 선물도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병원 곳곳에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공기관으로서 환자와 보호자가 제공하는 감사의 선물도 받을 수 없다”는 게시글을 붙여 놓았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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