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8 21:01
수정 : 2016.07.28 22:50
김영란법 합헌 결정…쟁점별 내용
헌법재판소가 28일 ‘김영란법’(청탁금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법적 논란이 일단락지어졌다. 주요 쟁점 조항에서 다수-소수 의견이 팽팽히 맞섰지만, 일부 조항은 위헌 결정이 나올지 모른다는 예상을 깨고 전부 합헌 결정을 내렸다.
①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포함
헌재는 청탁금지법이 언론과 교육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청구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수 의견은 “국가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나 사학의 자유가 일시적으로 위축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 문제는 과도기적인 사실상의 우려에 불과하며,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가 제한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법률·의료·금융 등 다른 공공적 성격의 민간영역을 빼고 이들만 포함시킨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란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어느 범위까지 청탁금지법의 적용을 받도록 할 것인지는 입법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이라며 “민간부문 중 공공부문과 같거나 비슷한 정도의 공공성을 갖는 분야부터 제도적 장치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가 이 조항을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향후 적용 대상을 늘려가겠다는 입법 취지를 막아버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에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내 “이 조항은 이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상당 부분 제한하고, 이들의 생활을 국가가 감시, 통제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교육과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민간영역 중 교육이나 언론만을 적용 대상으로 삼은 합리적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야 할 정도로 부패했다는 조사 결과도 없이 국회가 졸속으로 입법을 했다”고 지적했으나 위헌 정족수인 6명을 채우기는 역부족이었다.
②부정청탁·사회상규 개념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조항(부정청탁금지조항) 중 ‘부정청탁’과 ‘사회상규’란 용어가 불명확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은 재판관 모두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형법 등 여러 법령에서 사용되고 있고, 대법원이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다. 14개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등 구성 요건을 상세하게 규정했다”고 판단했다.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금지하는 조항이 과잉금지라는 청구인 주장도 기각했다. 재판관들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약자가 아닌 사학 관계자와 언론인에게 아무 이유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준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라고 봤다. ‘검찰, 경찰 등에서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란 청구인의 주장에도 “국가가 입법 목적을 무시하고 권력을 남용하여 법률을 부당하게 집행할 것을 예상하고 이를 전제로 법률의 위헌성을 심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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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위헌 여부를 선고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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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허용되는 금품액수 시행령 위임
헌재는 받을 수 있는 금품 등의 액수를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위임조항)이 포괄위임금지원칙 등에 위배된다는 주장은 찬반 의견이 5 대 4로 팽팽히 맞섰다. 현재 청탁금지법은 허용되는 음식물과 선물, 경조사비의 가액 범위를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음식물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제한한 이른바 ‘3, 5, 10’ 조항이다. 다수 의견은 “사회통념을 반영하고 현실의 변화에 대응하여 유연하게 규율할 수 있도록 탄력성이 있는 행정입법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에 이정미·김이수·안창호·김창종 재판관은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내지 본질적인 내용에 대한 정책 형성 기능인 만큼 입법부가 담당해 법률의 형식으로서 수행해야지 행정부나 사법부에 그 기능을 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과반을 넘지 못했다.
④배우자 금품수수 신고와 처벌
공무원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이 배우자의 금지 금품 수수 행위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았을 때 형벌이나 과태료를 내리는 조항은 ‘연좌제 금지 및 형벌의 자기책임 원리, 양심의 자유에 위반한다’는 논란이 거셌다. 4개 쟁점 중 위헌 결정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날 헌재는 다수 의견에서 “이 조항들은 배우자를 통해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우회적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려는 정당한 입법 목적이 있다”며 “본인이 직접 금품 등을 수수한 경우처럼 처벌하는 이외에 달리 입법 목적을 달성할 효과적인 수단을 상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관 4명(이정미·김이수·김창종·안창호)은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처벌하는 조항은 우리 형사법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형태이고,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이므로 균형을 잃은 과잉입법”이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한편, 헌재는 본안 판단에 앞서 한국기자협회의 청구에 대해서는 “법인이 구성원을 대신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며 각하했다.
김지훈 서영지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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