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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7.28 14:46 수정 : 2016.07.28 16:16

한경연, “법인 카드+현금 지출액 244조”
현금 106조, 산출근거 희박
접대 대상 185만명도 추정치

중기·정부·국회 피해추정도 통계 오류거나 업계 주장 반영

‘11조6천억원’ ‘2조6천억원’ ‘1조3천억원’ ‘8천~9천억원’…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정을 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계는 물론 정부와 정치권이 그동안 발표했던 피해 예상액들이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김영란법이 규정한 3만원, 5만원인 식사와 선물비용 허용한도를 더 높이거나, 금지 대상금품에서 농축수산물 등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한겨레>가 28일 해당기관들로부터 피해 추정액 산출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모두 방법 상 오류와 의도적 과장 등으로 인해 신뢰하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최근 피해 예상액을 음식업 8조5천억원, 골프장 1조1천억원, 선물 1조9700억원 등 총 11조6천억원으로 추정했다. 피해액 추정은 (1단계)법인의 카드와 현금 사용액 산출→(2단계)법인의 전체 접대비 산출→(3단계)공직자·교사·언론인에 대한 접대비 산출→(4단계)식당·대형마트와 백화점·골프장의 피해금액 산출이라는 4단계를 거쳤다. 한경연은 1단계에서 2015년 법인 지출액을 카드 사용액 138조원(여신금융연구소 발표자료 근거)과 현금 사용 추정액 106조원을 합친 244조원으로 제시하며, 법인의 현금사용 추정액은 한국은행의 ‘2015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에 나오는 카드 대비 현금 사용비율(77%)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은 자료는 개인의 지급수단 이용행태에 관한 것이어서 법인에게 적용하는 것은 오류다. 한은은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 대상이 법인이 아니라 개인이고, 법인과 개인의 이용해태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개인의 카드 대비 현금 사용 비율을 법인에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인들의 경우 대부분 카드결제를 이용하고 현금사용은 거의 없다.

한경연이 3단계로 법인의 전체 접대비 추정액 가운데 21.6%를 공직자·교사·언론인에 대한 접대비로 제시한 것도 논거가 희박하다. 한경연은 접대 대상 후보자(공직자·교사·언론인) 185만명이 접대 제공 후보자(기업체 관리자와 전문가, 사무직 종사자와 서비스 판매 종사자 중 간부) 855만명의 21.6%라는 점을 근거로 내놨으나, 전문가들은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4단계 분야별 피해금액 산출도 객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경연은 식당 피해를 추정하기 위해 외식업중앙회 자료에서 구한 업태별 손님 1인당 평균 지출단가를 감안해 음식값 구간별로 매출 비중을 추정했다. 예를 들어 한식의 경우 1인당 평균 지출이 4만3900원인 점을 감안해 음식 가격대 별 매출비중을 3만원 미만 50%, 3만원 이상~5만원 미만 25%, 5만원 초과 25%로 임의로 안배했다. 한경연은 “한식을 포함해 양식·중식·일식·주점의 음식 가격대별 매출 비중을 모두 구하면 김영란법이 규제하는 3만원 이상 매출 비중은 61.8%가 나온다”면서 “공무원·교원·언론인 등에 대한 음식 접대비 추정액 13조8천억원 가운데 61.8%인 8조5천억원은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3만원이 넘는 음식 가격대의 매출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은 3만원 이하 가격대의 음식으로 매출이 옮겨갈 것으로 봐야한다. 한경연의 주장은 전형적인 피해규모 부풀리기”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경연이 김영란법 피해액으로 추정한 11조6천억원은 신뢰하기 힘든 수치인 셈이다. 그런데도 여야 의원들은 6월27일 국회에서 한경연 발표를 인용하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중기중앙회가 주장한 소상공인의 피해 추정액 2조6천억원도 근거가 미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기중앙회는 피해 추정액 산출 근거로 법시행과 관련된 소상공인 68만7807개가 업소당 월평균 31만원(연간 372만원)씩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사 결과를 제시했다. 중기중앙회는 “업소당 월평균 매출 감소액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4월 서울,·부산 등 7개 광역시 소재 해당 분야 소상공인 509개사를 상대로 향후 매출이 얼마나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지를 물어서 나온 답변을 근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헌진 인하대 교수(통계학)는 “이런 조사가 신뢰성이 있으려면 법 시행과 관련된 전체 소매점 68만여개와 조사대상 표본 500여곳의 업태별 구성비를 같게 하는 등 과학적으로 엄밀한 조사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이번 조사는 업태별 구성비가 제각각이어서 신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식료품 소매·전문 소매·음식점·골프 및 공연시설·숙박업·피부관리 등 6개 분야 소매업소 중에서 음식점은 58%를 차지하는데, 조사대상 표본 비율은 29%로 절반에 불과하다. 반면 골픔 및 공연시설은 전체 소매업소의 3.8%에 불과한데, 조사대상 표본 비율은 10%로 3배나 높다.

정부와 국회의원의 발표한 피해 추정액도 신뢰하기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이동필 장관은 6월27일 국회 답변에서 선물용 농축산물의 연간 판매손실이 8천억~9천억원으로 추정돼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농림부의 피해액 추산은 (1단계) 한우·인삼·사과·배·화훼·임산물 등 주요 농축산물의 지난해 생산액 8조8264억원 산출→(2단계) 해당 품목의 선물세트 비중(21.1~64%)을 적용해 선물시장 3조3576억원 산출→(3단계) 법시행 이후 선물시장 감소율을 적용한 피해 예상액 8193억~9569억원 산출의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3단계에서 적용한 선물시장 감소율과 관련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6월 성인소비자 1천명을 대상으로 법시행 이후 농축산물 선물 횟수가 얼마나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결과 최소 24.4, 최대 28.5%라고 나온 응답을 적용한 것”이라고 답했다. 따라서 농림부 자료는 객관적인 피해 추정액이 아니라 국민 설문조사 결과에 불과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6월28일 김영란법에서 농축수산물 적용을 제외하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연간 매출 감소 피해가 한우 4150억원, 수산물 7300억원, 과수 1600억원 등 총 1조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제시한 한우 피해액 4150억원은 농림부가 산출한 한우 피해액 2072~2421억원의 2배에 달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그 차이에 대해 “한우 피해액 등은 농협·수협중앙회을 통해 파악한 수치로, 별도로 검증한 자료는 아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가 자신들에 유리하도록 피해규모를 과장할 우려가 큰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아무런 객관적 검증도 없이 법안 발의의 근거자료로 삼은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관련 업계의 피해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패 감소와 투명성 제고로 성장률이 높아지는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데, 이런 장단점을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보지 않고 단기 피해만 강조하고, 그마저도 신뢰할 수 없는 방법으로 대규모 피해가 날 것처럼 추정하는 것은 김영란법 시행이 현행 방안대로 시행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실증분석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하위권인 한국의 청렴도가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만 개선되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 기준으로 8조2천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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