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0 21:23
수정 : 2016.07.22 10:34
김희옥 비대위원장 “송구” 불구
비박계의 수사의뢰 요청 일축
정진석 원내대표 “책임공방할 때 아냐”
비박 “여론이 가만 있지 않을 것”
나경원은 전대 불출마 발표
새누리당 지도부가 20일, 총선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에 관해 사과는 하면서도 진상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박 핵심의 공천 전횡이 드러났음에도 봉합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총선 공천과정을 둘러싼 녹취록 공개와 관련해 이유 여하를 떠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최고의 도덕성을 발휘해야 할 여당 안에서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상황이라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녹취록에 나타난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공천 전횡 여부에 관해선 조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주호영·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제기한 당내 진상조사와 검찰 수사 의뢰 요청을 일축한 것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금은 당을 재건해야 할 때지 계파투쟁으로 뒤늦게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다. 과거에 발목 잡혀 한 발자국도 못나가면 국민 볼 낯이 없다”며 “다들 철천지 원수는 아니지 않으냐. 당 차원의 진상조사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에 등장한 친박 실세들에 관해서도 “징계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제발 싸우지 말라는 국민의 엄중한 질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녹취록과 관련된 사항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한 비대위원은 “선거마다 있는 일 아니냐. 모든 정치행위에 시비를 가릴 순 없다”고 말했다. 녹취록 파문을 친박의 공천 전횡이 까발려진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정치 행위의 하나로 의미를 낮춘 것이다.
지도부의 진상조사 거부 방침을 두고 계파간 반응은 엇갈렸다. 김용태 의원은 통화에서 “여론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잘못된 과거는 청산해야 하는데 자꾸 땅에 묻으려고만 한다”라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혹을 조사할 비대위와 윤리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녹취록을 공개한 사람들이 몰상식한 사람들”이라며 ‘진상조사나 징계는 없다’는 지도부 결정을 지지했다.
한편,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나도 출마하겠다”고 밝혀온 나경원 의원은 서 의원의 출마 포기에 따라 이날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나 의원은 “총선 민심을 헤아려 계파 패권주의를 종식하는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여러 선·후배, 동료 의원들의 노력으로 그런 토양이 만들어지고 있다. 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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