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9 22:16
수정 : 2016.07.20 08:59
친박 중진 등 긴급모임서 ‘비박에 당권 내줄 수 없다’ 뜻 모아
홍 의원 “당 어려운 만큼 출마 생각하고 있다”
당권 내주면 내년 대선 구도까지 밀릴까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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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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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의원에 이어 서청원 의원까지 19일 8·9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자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비박계 주자들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하지만 친박계는 이런 세평과 달리, 당권 집착을 포기하지 않고 또다른 ‘당 대표 카드’를 내기 위한 모색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서 의원이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친박계 중진 의원 등은 긴급히 모여 ‘당권을 비박계에 내줄 수는 없다’는 데 공감하고 “전열을 다시 정비해 박근혜 정권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으로는 홍문종 의원(4선·경기 의정부을)이 거론됐다고 한다. 홍 의원은 앞서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다가 친박 주류가 ‘서청원 당 대표 추대’를 강하게 밀자 출마 뜻을 접었었다. 홍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이 어려운 만큼 출마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박 중진들이 현재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친박 내지 중립 성향의 이주영(5선)·한선교(4선)·이정현(3선) 의원을 제치고 ‘홍문종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이들은 ‘진박(진실한 친박) 대표성’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주영·한선교 의원은 출사표를 던진 이후 공개적으로 ‘친박 패권’을 비판하기도 해 친박 주류의 눈 밖에 났고, 이정현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의 세월호 보도 개입 파문이 발목을 잡고 있다.
친박계는 4·13 총선 패배 책임론에다, 지난 18일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공천 개입 녹취록이 공개돼 ‘패권’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전당대회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박 패권에 대한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데도 ‘최경환→ 서청원→ 홍문종’으로 후보감을 갈아가며 당권에 집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비박계 당 대표가 탄생할 경우 내년 대선 후보 경쟁에서도 비박계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급속한 추락은 물론, 박근혜 정권 이후 친박계의 위상과 영향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문종 의원이 서청원·최경환 의원을 대신해 친박계의 새로운 구심이 될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힘들다. 이주영·이정현 의원 등이 친박계 단일화와 선을 긋고 ‘완주’를 고집하는 상황도 난관이다. 서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반격의 고삐를 쥔 비박계 당권 주자들이 친박 실세들의 공천 개입을 쟁점화하며 당원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도 ‘친박 당권’의 걸림돌이다. 비박계 당권 주자 캠프의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일치단결해서 힘을 쓰기는 어려운 구도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최 의원에 이어 서 의원까지 빠지면서 오히려 전당대회 국면은 보수층 당원들의 ‘우클릭’ 가능성이 커졌다”며 ‘승산 있는 게임’을 점쳤다. 비박계의 한 인사는 “친박 내부의 위기감이 작동해 친박 주자에게는 몰표가 나오는 반면, 강력한 경쟁자가 사라진 비박계는 오히려 단일화에 실패해 표가 분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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