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8 23:09
수정 : 2016.07.19 09:08
비박 “범죄에 가까운 협박”
“서청원 당대표 출마 물건너 간 것 아니냐”
일부는 당차원 진상조사 촉구
18일 공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녹취록은 8·9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새누리당에 상당한 충격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친박 핵심들이 예비후보에게 해당 지역구 출마 포기를 종용하는 이번 녹취록 내용은 지난 3월 4·13 총선 공천 과정 당시 공개됐던 윤 의원의 ‘막말 녹취록’에 견줘 공천 개입 정황이 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드러난 탓이다.
녹취록에서 최 의원과 윤 의원이 통화한 상대방은 서청원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한 김성회 전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화성갑에서 18대(2008~2012년) 국회의원을 지내고 19대 공천에서 떨어진 뒤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사이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이 2013년 10·30 재보궐선거에서 이곳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 전 의원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서 의원에게 맞붙어 자신의 옛 지역구를 탈환하려 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이번 녹취록 사건은 당 대표 출마를 고심해온 서청원 의원에게 치명타를 가하면서 전당대회 구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비박계 당 대표 출마자들은 서 의원을 겨냥했다. 이날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주호영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공천 신청 지역구를 바꾸라는 윤 의원의 행위는 범죄행위에 가까운 협박이다. 대체 어떤 지역이라서 예비후보 신청도 못 하게 했는지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도 논평을 내어 “친박 핵심인사들의 공천 개입이라는 추악한 진면목이 진실로 드러났다. 윤 의원의 협박과 회유의 혜택을 입은 인사는 백의종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 의원 쪽은 “총선 때 당내 경선에서 75% 지지를 얻어 압도적으로 당선됐다. 우리가 특정 후보의 불출마를 윤 의원에게 부탁했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서 의원 쪽은 또 “전당대회에 불출마할 것인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서 의원의 당 대표 출마는 이제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의 공천 전횡을 방증하는 녹취록이 또다시 공개되자 경악하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몇몇이 당이라는 공조직을 무너뜨리고 공천을 좌우했다는 것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향한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은 자신이 친박을 만든 적이 없다고 했지만 윤 의원은 대통령을 우롱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한 의원은 “청와대가 사실상 (친박의 전횡을) 방치하고 용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천 전횡이 드러난 최경환 의원이나 윤상현 의원에 대해 당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용태 의원은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즉각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 의원은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 청문회라도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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