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18 20:50
수정 : 2016.07.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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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 윤상현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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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핵심 최경환, ‘공천 개입’ 녹취록 파문
서청원 지역구 출마 김성회 전 의원에
“감이 그렇게 떨어져서 어떻게 정치를 해…
무리하면 되는 일 없어” 지역구 변경 요구
“브이아이피 뜻이냐” 묻자 “그렇다” 답변
윤상현 의원도 “뒤에 대통령이 있다” 압박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윤상현 의원이 지난 4·13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뜻’이라며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전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하려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해당 지역구 포기를 압박하는 통화로 알려져, 8·9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에 파장이 예상된다.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은 18일, 최경환 의원이 지난 1월 말 한 수도권의 예비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구 변경’을 압박하는 통화 내용이라며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 내용을 보면, 최 의원은 통화 상대방에게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라며 공천을 보장할 테니 인접 지역구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 상대방이 머뭇거리며 확답을 요구하자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며 타박을 하기도 했다. 최 의원은 “그것이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뜻이 확실히 맞는 것이냐”고 묻는 상대방에게 “그럼, 그럼”, “우리가 도와드릴게”를 반복하며 안심시켰다.
최 의원에 바로 앞서 윤상현 의원도 이 예비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까불면 안 된다니까. 대통령 뜻을 얘기해준 거 아니냐”며 출마 지역을 바꿀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경선하라고 해도 우리가 다 만들지. 친박 브랜드로. ‘친박이다. 대통령 사람이다’”라며, 새 지역구로 옮겨도 친박 실세들을 통해 공천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약속’을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며, 지역구를 바꾸지 않을 경우 자신이 알고 있는 ‘약점’을 이용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당시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두 의원이 통화한 상대방은 김성회 전 의원”이라고 말했다. 해당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은 서청원 의원이 2013년 10월 재보선에 이어 4·13 총선에서도 당선된 곳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화성갑에 당선됐던 김성회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화성갑 탈환을 노리다가, 신설된 화성병으로 출마지를 옮겼지만 당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병국·주호영·김용태 의원 등 비박계 당 대표 후보들은 “친박 패권주의의 추악한 진면목이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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