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8 15:52
수정 : 2016.08.08 16:06
7일 이스탄불에서 100만명 참여 집회
에르도안 “사형제 부활, 귈렌파 청소”
초당적 집회 통해 영향력 과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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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순교자들의 행진’ 집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참석해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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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진압 3주째를 맞아 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초대형 애국주의 집회에 100만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민주주의와 순교자들의 행진’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집회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배후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함께 사형제도를 부활시키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번 집회는 지난 7월15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3주간 터키 곳곳에서 이어졌던 친정부주의 집회의 정점이었다. 이스탄불 해안가인 예니카프 해변에 차려진 무대에는 터키 국부(아타튀르크)인 무스타파 케말의 사진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렸다. 터키의 종교 지도자들과 3개 야당 중 2곳의 대표 등이 참석한 초당적 집회에 시민들은 터키의 국기를 들고 모여들었다. 쿠데타를 저지하려다 다친 부상자와 숨진 이들의 가족들을 위한 특별 좌석이 마련됐으며, 집회는 쿠데타를 막다 숨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집회의 주인공은 뭐니뭐니해도 에르도안 대통령이었다. 터키 전역에 생중계된 이번 집회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 의회가 사형제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면, 나 역시 의회의 결정에 따라 승인할 것”이라며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일본,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는 사형제가 있다. 주권은 시민들에게 있으며, 정당은 시민들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일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에 있는 종교지도다로 쿠데타의 배후 세력으로 지목되어온 펫훌라흐 귈렌에 대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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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순교자들의 행진’ 집회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참석해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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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터키 군부 일부가 일으킨 쿠데타는 270여명이 숨지며 하룻밤만에 진압됐으나, 숙청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주간 쿠데타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1만8000여명의 군인이 체포됐으며, 법조계와 언론계, 교육, 보건, 지역 정부 등 주요 공직에서도 수천여명의 공직자들이 해임됐다.
초당적인 애국주의 집회를 통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를 기회로 삼아 정적을 숙청하면서, 무스타파 케말의 뒤를 잇는 ‘차세대 국부’로 자신의 위치를 공고화하고 있다. 에스라 외즈위레크 런던정경대학의 터키 연구원은 “쿠데타는 순교자들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엄청난 이벤트였다”며 “이번 집회는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새로운 터키’를 축하하는 기념식이었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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