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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6.23 16:49 수정 : 2015.06.23 23:12

소설가 신경숙씨

신 작가 “내 기억 믿을 수 없는 상황” 사실상 표절 인정
출판사 출고정지·작가 사과에도 SNS에선 ‘태도 논란’
“‘미안’ 말 한마디로 끝이 아니고 책임이 동반되어야”

침묵을 고집하던 소설가 신경숙이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미약하게나마 표절 지적을 받아들이자 출판사 창비는 해당 작품이 실린 책을 곧바로 출고정지시켰다.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이날 마련한 긴급 토론회에서는 신경숙 표절 논란과 그 배후로 지목된 문학권력 문제에 대한 뜨거운 논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작가의 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는 사과의 진정성 등을 놓고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염종선 창비 편집이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제가 된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는 뜻을 작가가 밝힌 만큼 그 작품이 들어 있는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을 오늘 출고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신경숙은 이날치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우국’을 읽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이제는 나도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말로 표절을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출판사와 상의해 ‘전설’을 작품집에서 빼겠다. (…) 문학상 심사위원을 비롯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지만 “임기응변식 절필 선언은 할 수 없다. (…) 원고를 써서 항아리에 묻더라도,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는 말로 절필 권유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과 표명에도 불구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는 작가의 미온적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문학평론가 김명인은 페이스북 글에서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어쨌거나 모습을 드러내서 ‘결과적 표절’이라는 답변을 하고 사과를 했으니 미흡하더라도 어쩌겠는가”라며 “문제는 이런 현상을 낳은 한국 문학장의 시스템일 텐데 지금으로서 새삼스럽게 세 개의 대형 문학출판 자본+중요 문학계간지 결합체가 협업적으로 굴려 나가는 ‘그들만의 리그’가 해체되거나 갱신되어 문학장의 개변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손종업 선문대 국문학과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인터뷰를 보고) 기대를 접었다. (…) 불쌍한 건 뭐니 뭐니 해도 한국 문학”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주대 시인 역시 페이스북에서 “어떤 사과는 사람들을 더 화나게 한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출판사 편집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과라는 것이 말 한마디 ‘미안’ 한다고 끝이 아니고 책임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자꾸 말장난으로 독자들 판단을 흐리려는 시도가 후지다”고 일갈했다. 반면 안도현 시인은 “신경숙의 고백은 시기가 늦은데다 미진한 감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자숙하고 근신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문제 해결의 한 방법”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는 반복되는 표절 논란을 그치게 할 방안과 이번 사태의 ‘배후’로 지목되는 문학권력 문제를 둘러싸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한국의 문단과 비평계에서 신경숙처럼 ‘무오류의 권위’를 확보한 작가는 드물었다”며 “2000년대 문학의 실패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은 문단의 패거리화와 권력화, 이에 따른 비평적 심의기준의 붕괴와 독자의 신뢰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문학평론가 오창은도 “이번 사건으로 민낯을 드러낸 것은 한국 문학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문학상업주의에 대한 준엄한 자기성찰과 극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절 작가에 대한 ‘징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토론자로 나온 문화연구자 정원옥씨와 조영선 변호사는 찬성한 반면, 역시 토론자인 평론가 정은경은 “창작자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며 반대 뜻을 밝혔다.

최재봉 선임기자, 이유진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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