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서 수면제 검출·목졸림 흔적
범행 후 내연남과 증거인멸 시도

가정폭력 때문에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60대 여성의 계획범죄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광주서부경찰서는 남편을 살해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한 ㄱ(61·여)씨를 살인·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내연남 ㄴ(61)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검찰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ㄱ씨는 4일 저녁 8시∼9시 20분께 광주시 서구 금호동의 자택 빌라 3층에서 남편(55)씨에게 수면유도제를 먹이고 머리를 둔기로 내리친 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ㄴ씨는 같은날 저녁 9시50분께 ㄱ씨의 부탁으로 범행·청소도구를 다음날 저녁 9시15분께 광주시 광산구의 한 도로변에 버린 혐의다.

앞서 ㄱ씨는 5일 새벽 1시께 112에 전화를 걸어 “딸과 함께 노래방에 갔다 왔는데 남편이 욕실에서 넘어져 숨진 것 같다”고 신고하며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남편의 머리에 둔기로 맞은 듯한 상처가 발견돼 추궁하자 ㄱ씨는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해 구속됐다.

부검 결과 남편 시신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고 직접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옴에 따라 계획범죄에 무게가 실렸다. ㄱ씨는 범행 4일 전 한 달 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택 1층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에는 ㄴ씨가 집으로 들어갔다가 4분 뒤 다수의 비닐봉지를 들고나오는 장면이 찍혔다.

이를 토대로 경찰은 ㄱ씨가 수면유도제를 이용해 남편을 제압한 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ㄱ씨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남편 시신을 욕실로 옮기고 ㄴ씨를 불러 범행 도구 등을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외출에서 돌아온 딸과 노래방을 다녀오며 알리바이를 만들었다. ㄴ씨는 9일 거주지에서 체포, 11일 구속됐으나 살해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 경찰은 ㄱ씨가 4년간 유지해온 내연 관계를 최근 남편에게 들켰고 이혼을 준비하며 재산 분할 과정에서 다툼이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ㄱ씨는 경찰에서 “수면유도제를 사용하지 않았다”며 계획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